승소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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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 간염 보균자의 간암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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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기타
사인&상병 간질환
세부직업 도축장 운송반장
세부 사인&상병 간암
사건번호 서울행정 2001구47517
판결일자 2003-10-16
인정여부 인정
승소포인트 도축장에서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고 B형 간염도 보균상태로 고기 덩어리 새벽상차, 주간 상차 및 운반을 함으로써 과로,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기존 질환인 간염이 악화되었음을 인정
판결요지 ① 망인은 도축 및 운송을 하는 회사에서 운전기사 및 상차요원들을 통솔함과 동시에 본인도 직접 도축한 고기 덩어리 70-80kg 상차 및 배달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도축물(덩어리당 70-80kg)을 손수레를 이용하거나 어깨에 둘러매는 방법으로 가지고 나와 상차 및 배달하였던 점, ② 1998년 상반기까지는 통상 08:00에 출근하여 비수기(여름철과 명절 직후 등)에는 14:00경, 성수기(어버이날, 추석, 연말연시, 신정, 구정을 앞둔 시기)에는 17:00경 퇴근하였으나, 1998년 하반기부터는 새벽 상차 업무를 하기 위해 비수기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성수기에는 매일 03:00 이전에 출근하여 03:00-04:30 새벽 상차 업무를 수행한 후 소외 회사 내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08:00부터 다시 상차 및 배달 업무를 반복한 다음 비수기에는 15:00경, 성수기에는 19:00경 퇴근함으로써 하루 평균 8시간 30분 - 12시간 30분 가량 근무하였던 점, ③ 만 53세의 고령으로 70-80kg에 달하는 도축물을 어깨에 매고 나르는 일을 하루에 8회 - 28회 정도 하였는데, 이는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인 점, ④ 혐오스러운 업무의 성격, 도축물에서 풍기는 악취와 피비린내, 고된 육체노동으로 인하여 망인은 습관적으로 음주를 해오다 알콜성 간염 진단을 받은 1998. 7. 29. 이후로는 음주를 자제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망인이 B형 간염에 감염된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과로,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기존 질환인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간경화, 간암으로 순차 진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으므로, 위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판결전문 사 건 2001구47517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결정취소

 원 고 이 ○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울
 담당변호사 이경우, 김장식
 피 고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김재영
 소송수행자 백ㅇㅇ
 변론 종결 2003. 8. 28.
판결 선고 2003. 10. 16.


주 문

1. 피고가 2000. 12. 28.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갑 제1, 2, 3, 을 제1, 2-1, 2-2, 3, 9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가. 원고의 남편인 소외 망 변O현은 1994. 1. 3. 소, 돼지 도축업 및 도축물 운송업을 영위하는 소외 주식회사 북00(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운송반장으로 근무하여 오던 중 2000. 4. 4. 17:15 ‘직접사인 복수, 악액질, 중간선행사인 간문맥 색전증, 선행사인 간암’으로 사망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0. 12. 28. 위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위 망인은 소외 회사 운송반장으로서 만 53세의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70-80kg에 달하는 도축물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운반하여 왔고, 새벽 상차 업무가 시작된 1998년 하반기 이후에는 02:00-02:30에 출근하여 15:00-19:00경에 퇴근하는 등 하루에 평균 12-16시간씩 근무하여 왔는바, 이러한 과중한 업무수행으로 누적된 과로,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기존 질환인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간경화, 간암으로 순차 진행되어 사망하기에 이르렀으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달리 보고 한 피고의 이 사건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갑 제4-1 내지 4-3, 을 제5, 6, 8-1, 10, 11, 12-1, 13-1의 각 기재, 증인 이0복의 증언, 강북삼성병원장 및 성모의원장에 대한 각 감정촉탁결과, 소외 회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의 전취지]

 (1) 업무내용
(가) 소외 회사는 정육업자, 육가공업자로부터 소, 돼지의 도축을 의뢰받아 이를 도축한 후 거래처에 도축물을 운송해 주는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위 망인은 1994. 1. 3.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운송반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나) 소외 회사 운송반에는 반장인 위 망인을 비롯하여 운전기사 4명, 새벽 상차요원 2명, 새벽 겸 주간상차요원 2명, 주간 상차요원 2명 등 11명이 소속되어 있는데, 위 망인은 소속 운전기사 및 상차요원들을 통솔함과 동시에 본인도 직접 상차 및 배달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상차 및 배달업무의 주요 내용은 비닐로 된 작업복을 입고 예냉실에 들어가 의뢰인의 의뢰에 따라 도축한 도축물(소나 돼지를 도축하여 4분한 고기 덩어리로서 덩어리당 무게가 70-80kg에 달한다)를 손수레를 이용하거나 어깨에 둘러매는 방법으로 가지고 나와, 거래처의 화물차량에 실어 주거나(거래체에서 직접 화물차량을 가지고 와 싣고 가는 경우, 전체 도축물량의 60-70%), 소외 회사 소유의 화물차량에 싣고 거래처까지 이를 운반해 주는 것(거래처가 소외 회사에게 배달까지 의뢰한 경우, 전체 도축물량의 30-40%)이었다.
 (다) 소외 회사는 1998년 상반기까지는 08:00부터 주간 상차 작업만 하였는데, 서울 마장동 방면의 거래처가 많이 생긴 1998년 하반기부터는 06:30까지 도축물을 배달해 달라는 이들 거래처의 요청에 따라 매일 03:00-04:30에 돼지 80마리 정도 분량의 도축물을 화물차량 2대에 상차한 후 06:30까지 배달을 마치는 ‘새벽 상차 작업’을 추가로 하기 시작하였다.
 (라) 그리하여 위 망인은 1998년 상반기까지는 통상 08:00에 출근하여 상차 및 배달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다가 비수기(여름철과 명절 직후 등, 이하 같다)에는 14:00경, 성수기(어버이날, 추석, 연말연시, 신정, 구정을 앞둔 시기, 이하 같다)에는 17:00경 퇴근하였으나, 1998년 하반기부터는 위 새벽 상차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비수기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성수기에는 매일 03:00 이전에 출근하여 03:00-04:30 새벽 상차 업무를 수행한 후 소외 회사 내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08:00부터 다시 상차 및 배달업무를 반복한 다음 비수기에는 15:00경, 성수기에는 19:00경 퇴근함으로써 하루 평균 8시간 30분 - 12시간 30분 가량 근무하여 왔다.
 (마) 위 망인은 새벽 상차 업무 시에는 도축물을 화물차량에 실어주기만 하고 함께 배달을 가지는 않았으나, 주간 상차 업무 시에는 도축물을 화물차량에 실어 줄 뿐만 아니라 함께 배달까지 가 도축물을 어깨에 매고 화물차량에서 거래처의 냉동창고까지 운반하여 그곳 고기걸이에 걸어 주는 일까지 하였다. 위 망인은 위와 같이 70-80kg에 달하는 도축물을 어깨에 매고 나르는 일을 하루에 8회 - 28회 정도 하였는데, 이는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2) 건강상태, 사망경위 및 사망원인
(가) 위 망인은 1946. 6. 18.생으로 사망 당시 만 53세였는데, 혐오스러운 업무의 성격, 도축물에서 풍기는 악취와 피비린내, 고된 육체노동으로 인하여 위 망인은 위 상차 및 배달업무를 수행하면서 습관적으로 음주를 해 왔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알콜성 간염 진단을 받은 1998. 7. 29. 이후로는 음주를 자제해 왔다.
 (나) 위 망인은 1998.7.29. 알콜성 간염(이는 위 망인이 도축장에서 일하면서 음주하였다는 위 망인의 진술에 기초한 것으로서 그 당시 이미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단을 받았고, 1999. 9.경 건강검진결과 B형 간염 진단을 받았다.
 (다) 위 망인은 2000. 2.경 몸무게가 줄고 얼굴색이 이상하게 변하자 같은 달 15. 소외 회사 인근의 0내과의원을 거쳐 강북삼성병원에서 진찰을 받았고, 그 결과 같은 달 21. 위 강북삼성병원에서 말기 간암 및 B형 간염, 간경화, 복수, 식도정맥류, 문맥혈전증 등의 진단을 받고 이에 대한 보존적 치료를 받아 오던 중 같은 해 4. 4. 17:15 자택에서 ‘직접사인 복수, 악액질, 중간선행사인 간문맥색전증, 선행사인 간암’으로 사망하였다.
 (라)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 내로 침입하여 기생함으로써 발생하는 간의 염증성 질환으로서, 주로 B형 간염 환자와의 접촉이나 그 바이러스가 포함된 혈액의 수혈 등에 의하여 감염되나 정확한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발병원인이 된다는 의학적 증거는 없다.
 (마) B형 간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B형 간염 자체의 악화, 다른 간염 바이러스의 중복 감염, 간독성 약제의 복용, 간세포암의 발생 등이 있으며, B형 간염의 원인이 제거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간의 염증과 괴사가 진행되면 B형 간염이 간경화로 발전할 수 있고, 간경화는 다시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경화는 간이 섬유화되고 굳어지며 간기능이 저하되어 이로 인해 문맥압 항진에 따른 합병증으로 식도정맥류의 출혈, 복수, 간성 혼수 및 간부전증으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하나의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간경화로 전이 되면 다시 정상적인 간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치료방법은 현재 의학수준에서는 없다. 간암의 발병원인으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C형 간염 바이러스 간염, 간경화, 알콜성 간질환 등이 있다.
 (바) 과로나 스트레스가 B형 간염을 간경화, 간암으로 전이시키거나 간경화, 간암을 발병시키는 독립된 인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의학적인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이 육체적인 과로를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상된 간 기능이 더욱 악화되고 황달이나 염증과 같은 간기능의 저하상태가 초래될 수 있음에 비추어 B형 간염이 있는 상태에서의 과로, 스트레스는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되는 것을 가속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 위 망인의 치료를 담당했던 강북삼성병원 의사는, 위 망인이 2000. 2. 21. 내원했을 당시 B형 간염, 간경화, 간암, 복수, 식도정맥류, 문맥혈전증이 있는 상태였는데, 위 망인은 B형 간염이 악화되어 간경화, 간암이 순차 발병된 것으로 사료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다.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으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며,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이 B형 간염에 감염된 상태에서 소외 회사의 운송반장으로 50세가 넘은 나이에 새벽상차, 주간상차 및 배달 등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과로,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기존 질환인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간경화, 간암으로 순차 진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으므로, 위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03. 10. 16.
재판장 판 사 서 기 석
 판 사 최 주 영
 판 사 강 경 구